지리산 여행 - 구례 맛집 산들좋은촌닭 숯불생닭구이
- 세상탐험/Korea
- 2020. 5. 15.
저마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것은 모두 다를 것이다. 이색적인 풍경이나 지역 문화, 아웃도어 스포츠, 친구나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편안하고 깔끔한 숙소 등등. 나에게는 먹는 즐거움도 여행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꼭 근사한 레스토랑에 갈 필요는 없지만 그 지역의 특산물, 꼭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들... 이런 것들을 놓친다면 여행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기분이랄까.
이번 지리산 여행에서는 뭘 먹으면 좋을까 찾아보던 중 방목해서 기르는 닭을 예약한 날 아침에 직접 잡아 손질해서 낸다는 산들좋은촌닭이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인터넷에서 메뉴판을 찾아보니 백숙도 있고 닭찜이랑 닭곰탕도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끌리는 메뉴는 숯불생닭구이. 바로 잡아 손질한 닭을 숯불에 구워 먹는다니 서울에서는 접해본 적이 없는 메뉴이다.
이곳은 닭을 포획하고 손질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미리 예약하는 것을 권한다. 우리는 가기 전날 메뉴를 미리 정해서 예약했다. 사장님이 숯불생닭구이 한 마리(70,000원)를 시키면 네 명이 먹기 충분하다고 하셨다.
화엄사 근처 숙소에 묵었는데 숙소에서 식당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걸렸다.
식당은 최근 리노베이션을 했는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었다. 백숙을 파는 곳이라 하니 계곡이나 산 밑에 있는 식당 같은 분위기를 막연히 예상했는데 훨씬 깔끔한 느낌.
주문은 미리 해놓았으니 자리에 앉자마자 밑반찬과 숯불 세팅을 해주셨다. 전라남도인 만큼 모든 반찬은 정갈하고 입에 촥촥 붙는 맛이었다. 남도 음식은 실패하기 힘든 아이템들이다.
미리 잡아서 마늘이랑 양념에 살짝 재워서 나오는 생닭 한마리. 간이 많이 되어 있지는 않아서 싱겁고 담백하다. 내장도 함께 준다.
숯불에 올리고 익기를 기다린다. 사장님이 가운데 닭가슴살 먼저 익혀서 먹으라고 알려주셨다. 육회로도 먹을 수 있는 고기인만큼 많이 익히지 말고 살짝만 익혀서 먹어보라고 하셨다.
살짝 익힌 닭가슴살과 장아찌. 이 궁합은 환상이었다. 닭가슴살을 저렇게 미디움 정도로 익혀서 먹으니 식감이 엄청 부드럽고 맛있었다. 퍽퍽살로 알고 있던 맛과는 다른 식감이었다. 아마 오늘 아침에 잡은 신선한 닭이라서 저런 맛이 나는 것 같다.
지리산까지 왔으니 산수유 막걸리도 먹어보기로 했다. 달큰한 맛도 일품이지만 핑크빛깔이 예술이다. 참고로 이 막걸리는 구례에서만 판다. 서울에 몇 병 사가려고 둘째 날 오는 길에 하동에 있는 하나로마트에 들렀는데 그곳에는 없었다. ㅠㅠ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닭. 놓아기른 닭이라서 그런지 지방도 별로 없고 평소에 닭껍질은 느끼해서 버리는데 여기서 먹은 닭은 닭껍질도 맛있게 먹었다. 고소하고 바삭하고 최고!
닭을 다 구워 먹고 나면 닭죽이 나온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숟가락이 가는 마성의 닭죽.
지리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은 것 같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식사였다. 사장님 부부도 친절하셔서 더 좋았다. 직접 따서 말린 고사리랑 비트 등 농산물도 판매하고 있었다. 근처 산에서 직접 따온 나물들로 밑반찬을 만드시는 듯했다.
여행의 먹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감사한 시간이었다. 혹시 찾아가실 분들은 아래 명함과 위치를 참고하시길. 미리 예약은 필수이다.
*** 내 돈 내고 내가 먹은 후기임을 밝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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