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 유타 세인트조지(St. George) 한식당 추천 Flavor of Seoul

나는 해외여행을 할 때 최대한 현지 음식을 먹자는 주의다. 여행이라는 것은 뭘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봤다. 사전에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그러면 "유람"은 뭔지 또 궁금해진다. 유람은 "돌아다니며 구경함"이라는 뜻이란다. 여행의 정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여행은 단지 유명한 건축물이나 경치 구경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을 둘러보는 것도 포함된다. 사람 사는 것의 기본이 의식주이니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은 필수다. 현지 음식을 먹다 보면 그 나라 그 고장에서 나는 주요 농산물 같은 것도 알 수 있고 음식에 얽힌 사연이나 유래 등 재미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갈 때 웬만하면 컵라면이나 햇반, 볶음김치 같은 것들을 챙기지 않고 같이 가는 일행이 고집하지 않고서야 한식당에 가는 일도 좀처럼 없다. 

 

하지만 이번 미국 여행은 두 달 정도로 예상하고 와서 만약을 대비해 컵라면을 몇 개 챙겼다. 놀랍게도 한국사람은 고사하고 아시아인을 찾아보기 힘든 세인트조지 슈퍼마켓에도 김치가 있어서 김치도 사다 먹어봤다. (더욱 놀랍게도 꽤 괜찮았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여행이 길어져서 한 달 더 있게 되면서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졌다. 혹시 세인트조지에 한식당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머물고 있는 친구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Flavor of Seoul"이라는 한식당이 있었다. 구글 리뷰를 보니 평도 꽤 괜찮아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식당 입구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식당 안에서 식사는 안되고 주문해서 픽업해 가거나 우버이츠로 주문이 가능하다. 실내는 깔끔하고 대한민국 국기랑 지도, 하회탈 등으로 장식해두었다. 오랜만에 내 나라 물건들을 보니 반가웠다. 사장님이 한국분이셔서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메뉴판 사진도 찍어봤다. 나중에 전화주문 할 때 유용했다. 잡채랑 라면, 순두부찌개, 떡만둣국, 볶음밥, 비빔밥, 불고기, 만두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미국인들을 위해 볶음밥 메뉴도 많이 넣으신 것 같다. 우리는 잡채, 순두부찌개, 비빔밥을 시켰다. 

집에 와서 포장을 뜯고 상을 차렸다. 두 달 만에 먹는 한국 음식. 냄새만 맡아도 좋고 김치랑 고추장만 봐도 웃음이 난다. 나는 역시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사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세인트조지에 있는 한식당이라서 음식 맛에 대한 기대는 거의 안 했는데 세 가지 메뉴 모두 정말 맛있었다. 특히 잡채는 엄마표 잡채가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 웬만한 한국에 있는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잡채보다 훨씬 맛있었다. 친구가 한참 전부터 한식당에 한 번 가자고 하는걸 한국인이 워낙 없는 세인트조지라 별로일 것 같아 미뤄왔는데 컵라면만 먹지 말고 진작 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잡채, 순두부찌개, 비빔밥, 김치

두 번째로 갔을 때는 5명이 먹을 거라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픽업을 해왔다. 한국인 사장님이 받으시길래 한국말로 주문했더니 사장님이 놀라셨는지 자꾸 어디에서 오냐고 오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셨다. 픽업하러 가서 이번에는 사장님이랑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시카고에서 11년 살다가 세인트조지에 오신 사장님은 2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셨다. 여기 한국 사람들이 좀 있냐고 물으니 전혀 없다고 하신다. 그래도 2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시니 미국 사람들도 한식을 꽤 찾나 보다. 사장님이 김치도 바리바리 싸주시고(사이드 메뉴로 파는 김치인데 두 통 싸주신다는 걸 곧 한국에 올 거라 한통만 받았다) 경단도 싸주셨다. 역시 한국인의 정이 최고다. 여기서 두 달간 미국 음식 먹고 영어만 쓰다가 여기 와서 한국음식 먹고 한국사람이랑 한국말로 이야기하니 기분이 묘하다. 갑자기 한국에 있는 엄마아빠가 그립다.  

두 번째 갔을 때는 김치볶음밥, 순두부찌개, 잡채, 불고기, 치킨 볶음밥, 만두를 시켰다. 4명의 미국인 친구랑 친구 가족들과 나눠먹었는데 다들 맛있다고 좋아했다. 친구 아버지가 순두부찌개를 맛보시고 해파리같이 물컹거리는거 빼고는 맛있다고 하셨다. (아버님 그 물컹거리는게 이 요리의 메인입니다. ㅎㅎㅎ) 친구 어머니는 경단을 보고 초콜릿인 줄 알고 좋아하셨다가 초콜릿이 아니라고 하자 실망하셨다. 

 

한식당 사장님은 어떤 사연으로 여기까지 와서 한식당을 하게 되셨는지 그 스토리를 더 들어보고 싶고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곧 한국에 돌아와야 해서 이번엔 여기까지다. 다음에 세인트조지 또 가면 꼭 다시 가야지. 

 

세인트조지는 도시 내에는 별다른 구경거리는 없지만 주변에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스노우 캐년 등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서 로드트립을 계획한다면 이곳을 기점으로 삼는 것도 괜찮다. 시내에 호텔도 많고 에어비앤비 하우스도 많은 편이다. 타겟, 월마트 등 큰 슈퍼마켓도 있다. 유타 여행 중 한국음식이 생각난다면 세인트조지의 Flavor Of Seoul을 강력 추천한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현지 음식도 좋지만 기운이 없고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될 때는 한식이 최고니까. 

 

[Flavor of Seoul]

주소: 568 W Telegraph St #8, Washington, UT 84780 

전화번호: +1 435-627-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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